Q5 성공의 길을 따라가는
아우디 Q3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아우디, BMW, 메르세데스)의 경쟁은 마치 운명처럼 브랜드 출발과 함께 시작됐다. 우수한 기술력, 긴 역사 속 새겨진 깊은 전통, 여기에 폭넓고 충성도 높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선의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경쟁은 고급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또 다른 힘이기도 하다.
▪ 2022년 상반기 독일 C세그먼트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량
(자료=독일자동차청)
아우디 A3/ S3 / RS3 : 17,904대
BMW 1시리즈 : 8,739대
메르세데스 A-클래스 : 8,305대거의 모든 시장에서 프리미엄 자동차 3사는 경쟁 중이지만 그중에서도 브랜드가 태어난 고향 독일에서의 경쟁은 치열함에 있어서 단연 최고다. 지난 10년 이상 독일 유력 자동차 전문지들이 실시한 비교테스트를 분석하며 확인한 것은 기술적으로 경쟁 모델 간 편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취향의 문제일 뿐 어떤 브랜드, 어떤 모델을 선택해도 실패는 없다는 것이 독일 내의 대체적 분위기다.
이런 경쟁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것은 A4와 3시리즈, C-클래스 등이 포진한 중형(D세그먼트) 세단과 E세그먼트 경쟁이다. 특히 아우디 A6와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 E-클래스 사이에 벌어지는 독일 내 판매 경쟁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하지만 모든 세그먼트가 이런 긴장감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우디 A3의 경우 C세그먼트 내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며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굳이 프리미엄 모델만 따로 놓고 따질 필요는 없다. A3는 독일 국민차라는 골프를 제외하면 30여 종이 넘는 C세그먼트에서 판매량 기준 전체 2위에 해당할 정도로 잘 나간다. 이런 열렬한 지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A3의 독일 내 판매량은 굳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3와 달리 동급 SUV Q3는 그동안 경쟁 모델 BMW X1에 밀려왔다. 2009년부터 시장에 나온 X1은 기존의 SUV와 다른 낮은 차체에 BMW 특유의 드라이빙 감성을 표방하며 독일 콤팩트 SUV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프리미엄 모델이었지만 어지간한 양산형 SUV는 X1 앞에 명함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팔려나가며 독일에서 단단한 지지기반을 빠르게 형성했다.
아우디의 콤팩트 SUV Q3는 X1보다 2년 늦게 시장에 나왔다. 등장과 함께 X1과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좀처럼 X1이 쌓은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판매량을 봐도 X1이 계속 앞섰다. 이대로 내수 시장에서 X1에 프리미엄 콤팩트 SUV 왕좌 자리를 내줄 것처럼 보였다.
▪ 최근 5년 독일 내 프리미엄 콤팩트 SUV TOP 3 판매량
(자료=독일연방자동차청)
2018년
BMW X1 : 31,521대
아우디 Q3 : 14,442대
볼보 XC40 : 6,898대
2019년
BMW BMW X1 : 36,109대
아우디 Q3 : 24,460대
볼보 XC40 : 13,102대
X1에 대한 독일 내 압도적 지지는 2019년, 그러니까 2세대 Q3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위협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두 모델 간 판매량 차이가 1천 대 수준까지 좁혀졌다. 한때 더블스코어까지 벌어졌던 간극이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올 상반기 Q3는 결국 경쟁자를 따돌리고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프리미엄 콤팩트 SUV가 됐다.
▪ 2022년 상반기 독일 프리미엄 콤팩트 SUV 판매량
(자료=독일자동차청)
아우디 Q3 : 12,820대
BMW X1 : 12,096대
볼보 XC40 : 4,974대
재규어 E-페이스 : 319대
비록 상반기 결과이기는 하지만 Q3가 X1을 판매량으로 추월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한 판매량 추이를 보면 하반기에도 Q3 판매량이 X1을 앞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Q2와 Q4와 같은 훌륭한 대안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Q3의 선전에 더 의미를 둘 수 있다. 물론 X1 또한 X2라는 대안이 있으나 그 영향력은 Q2나 Q4만큼 크지 않다. 상대적으로 훨씬 X1에 집중되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독일의 Q3 판매량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2세대 모델이 출시된 2019년부터 3년 연속 연평균 판매량이 2만 5천 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 모델인 X1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반도체칩 부족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22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팎의 위협 요소가 어떠하든, 이처럼 Q3 판매량이 수년째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이 차가 신뢰를 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치 Q5가 그렇듯 자신의 존재 그 자체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고, 이렇게 형성된 가치는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Q5가 그렇듯 Q3는 뛰어난 내구성과 디자인, 그리고 주행 성능과 실용성 등 만능 콤팩트 SUV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거의 모든 Q5 요소가 Q3에서 발현됐다. 이런 점이 베스트셀러를 뛰어넘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Q5의 길을 Q3 또한 갈 것임을 증명한다. 운전해보면 그 가치를 안다고 많은 독일 Q3 오너가 포럼 등에서 밝혔다. 그 만족감은 비단 독일 오너들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품성으로 보나 판매량으로 보나 Q3는 아주 매력적인 콤팩트 SUV가 틀림없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