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 27년차 모델의 성공 스토리
A3 세단은 C-세그먼트 고급 세단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만족스러운 선택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속담이 있다. 잘 아는 일이라도 신중하게 추진하라는 뜻이다. 맞는 말이지만 꼭 옳다고 할 수만은 없다. 경험과 확신이 있다면 두들길 시간에 바로 건너야 일이 더 빨리 진행되고 경쟁자에 비해 앞서 나갈 수 있다.
자동차 회사 역시 늘 돌다리를 두들겨야 할지 말지 고민한다. 과감하게 먼저 치고 나가서 시장을 개척할지, 상황을 봐 가며 시장이 성숙하면 뛰어들지 따진다. 위험성을 무릅쓰고 시장 개척자의 지위를 얻을지, 팔로워 소리를 듣더라도 안전하게 이익을 챙길지 갈림길에 선다. 회사 전체의 방향을 한 쪽으로 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므로 대체로 모델별로 상황에 맞게 전략을 세운다.
아우디는 돌다리를 두들기지 않고 과감하게 건너는 쪽에 치중하는 편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디자인을 도입하거나 틈새 모델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 승용형 네바퀴굴림, 알루미늄 차체, LED 주간등, 싱글 프레임 그릴 등 아우디가 주도해 시장의 트렌드를 바꿔 놓은 사례는 꽤 많다.
C-세그먼트(준중형) 해치백은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주 흔한 모델이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독일 고급 브랜드 모델은 없었다. 1996년 아우디가 A3를 내놓으면서 독일 고급차 시장에도 C-세그먼트 해치백 시대가 열렸다. 이후 다른 독일 고급 브랜드도 C-세그먼트 해치백 모델을 내놓기 시작했다.
3세대 A3를 내놓으면서 아우디는 또다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번에는 세단이다. ‘세단이 그렇게 특별한가?’라는 생각이 들법한데, 유럽 브랜드의 C-세그먼트 이하 모델은 대중차와 고급차를 불문하고 대부분 해치백이다. 2013년 선보인 A3 세단은 해치백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에 세단으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아우디의 핵심 모델 하면 A4나 A6를 떠올리는데, A3도 두 형님 못지않게 비중 있는 역할을 해왔다. 1세대부터 현재 4세대에 이르기까지 3도어/5도어 해치백, 2도어 컨버터블, 4도어 세단, 고성능 S3와 RS3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C-세그먼트 모델 시장에서 아우디의 입지를 다졌다.
다시 세단 얘기로 돌아가서, 이번에 국내에 선보이는 A3는 세단 모델이다. A3로 따지면 4세대, 세단으로 따지면 2세대 모델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 등장했고. 조만간 공식 출시된다. 1세대 모델은 2014년 1월 국내에 선보이며 C-세그먼트 고급 세단 시장을 개척했다.
A3 세단은 국내에는 의미 깊은 차다. 당시 국내 시장은 세단 선호도가 높았는데, 정작 C-세그먼트 고급 세단은 선택할 차종이 아예 없었다. 유럽 브랜드는 C-세그먼트 이하 세단은 만들지도 않으니 아예 꿈꿔볼 수도 없는 차였다. 그만큼 틈새 중의 틈새 모델이고 아주 희소한 차종인데, A3 세단이 시장의 필요에 딱 맞춰 나왔다.A3 세단은 2013년 미국 뉴욕 오토쇼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큰 특징은 돌출한 트렁크다. A4나 A6 등 세단 모델이 있어서 낯설지는 않지만, 아우디 C-세그먼트 모델에 처음 선보이는 형태라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1, 2세대가 해치백 모델만 나왔던 터라 더욱 새로워 보였다.
A3 세단은 세단의 특성인 3박스 형태를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싱글 프레임 그릴과 LED 주간등 등 아우디의 디자인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세단 특유의 날렵한 라인과 짧게 디자인한 오버행 덕분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빛이 굴절되는 모양을 표현한 ‘토네이도 라인’이 측면을 휘감고 지나가 역동적인 감성을 더욱 강조한다. 역동적인 스타일에 콤팩트한 차체의 귀여운 느낌과 세단의 우아한 감성을 더한 고유한 매력이 돋보였다.
아우디 세단 라인업의 막내지만 콤팩트한 차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기본기에도 충실하다. 알루미늄 보닛과 지능형 복합소재 구조를 채택하는 등 경량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가벼운 무게를 바탕으로 높은 효율성을 실현해 차급에 맞는 경제성을 살렸다. 실내 공간 확보에도 주력해서 트렁크 용량 425L를 마련했고, 뒷좌석 폴딩 기능을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균형 잡한 섀시로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변화는 실내에서 체감할 수 있다. 아우디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세대 변화를 단적으로 알린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버추얼 콕핏과 10.1인치 MMI 터치 디스플레이가 최신 아우디 느낌을 전한다. 특히 대시보드 중앙에 배치한 MMI 터치 디스플레이는 사용하기 편하도록 기울이고 운전자 쪽을 향하도록 하는 등 인체공학을 고려했다. 계기판 디스플레이에는 역동적이고 감성적인 그래픽을 적용해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전보다 컴퓨팅 성능을 10배 높인 3세대 모듈형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사용한다. 시프트레버를 짧게 디자인해 여유로운 공간감을 살린 부분도 독특하다. 소재와 분위기에서 우러나는 고급스러운 감성 또한 한층 강화되었다. 세단의 막내 모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급 못지않은 높은 수준으로 완성했다.
이 밖에도 연결성을 강화하고,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파워트레인을 최적화하는 등 풀체인지에 걸맞은 큰 변화를 거쳤다. C-세그먼트 자리를 지키면서 풀 사이즈 클래스 수준의 기능과 장비를 갖추는 등 완성도를 높였다.
C-세그먼트 고급 세단은 타깃층이 분명하다. 세단을 선호하면서 굳이 큰 차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제격이다. 하지만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모델은 제한적이어서, 이미 나온 차가 얼마나 큰 만족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A3 세단 2세대는 높은 완성도로 C-세그먼트 고급 세단을 찾는 이의 눈높이를 만족시킨다. 4세대에 걸쳐 쌓아 온 A3의 노하우에 시장 개척자로 나온 세단 모델의 혁신이 결합했고, 2세대에 이르러 더 높은 완성도를 실현했다. 1세대에 시장 개척이라는 과감한 시도를 했다면, 2세대에는 과감한 업그레이드로 독보적인 위치를 굳혀 나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