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자동차가 줄 수 있는 황금비율, 아우디 SQ5 스포트백
아우디 SQ5의 첫인상을 기억한다. 9년 전쯤이었나. Q5에 S를 붙인 고성능 SUV의 존재는, 일단 낯설었다. 게다가 디젤엔진 아닌가. 효율과 고성능의 만남이라는 이질감. 더불어 SUV에 고성능이 꼭 필요할까 싶은 우려. S배지와 무광 은색 사이드미러는 탐스러웠지만, 바로 소유욕을 사로잡진 못했다. 물론 타기 전 생각이었다. 탔는데, 낯설음과 이질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성능 SUV만의 대포알 같은 호쾌함이 온몸을 자극했다. 성능 높인 디젤엔진은 고성능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도 잡았다. 왜 이제야 나왔을까 싶은 조합이자 모델. 아우디의 S, 즉 ‘최고의 성능(Sovereign Performance)’이란 뜻이 풍요로움과 맞닿아 있다는 것도 제대로 느꼈다. 전형적인 패밀리카인 중형 SUV가 이렇게 흥미롭게 변할 수 있다니. 단지 출력이 높아 자극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처럼 완벽하게 느껴졌다. 더없이 편하고 다분히 짜릿했다. 공간부터 효율까지 뭐 하나 빠뜨리지 않았다. 황금비율이랄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났다. 그 사이 세대가 바뀌고 부분 변경까지 끝냈다. 터보차저 단 가솔린엔진과 함께 뒤를 맵시 있게 다듬은 스포트백 모델도 있다. 그러니까 9년 지나 다시 만난 SQ5의 진화형 SQ5 스포트백이다. 예전 느낀 황금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그러고 보면 그 사이 디자인도 꽤 변했다. 완전히 다른 자동차로 보이진 않아도, 흐른 시간 이상의 세련된 인상이 풍긴다. 부분 변경으로 바뀐 디자인은 확실히 긍정적이다. 한껏 힘을 준 어깨를 풀고 보다 매끈해졌다. 인상이 선해지면서 한결 잘생겨 보인다. 아우디 디자인이 변화했다는 걸 확실히 각인시킨 후 다시 본래 추구하던 방향으로 재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사이 LED 주간주행등 그리는 솜씨도 늘어났다. 덕분에 다이내믹 턴 시그널의 첨단 느낌도 더 잘 묻어난다. 간결하고 매끈할수록 아우디는 제 매력을 뽐낸다. 신형 SQ5 스포트백은, Q5 부분 변경처럼 그 지점을 강조한다.
외관의 핵심은 역시 스포트백. 고성능과 한결 어울리는 지붕 선을 그려낸다. 웃돈 얹더라도 스포트백의 지붕선은 소유할 만하다. 헤드라이트 끝에서 뻗어 나온 선이 차체를 가로지르다가 활공하듯 내려온 지붕선과 딱 만난다. 그 옆모습을 보는 쾌감. 너무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느슨하지도 않은 선이 차체 옆면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S배지도 붙었으니까. 은색 무광 사이드미러도 여전하니까. 빨려 들어가는 바람을 형상화한 듯한 21인치 휠은 또 어떤가. 매끈한 선들 사이에서 속도감을 더한다. 게다가 휠 사이 틈에서 붉은 브레이크 캘리퍼가 방점을 찍는다. S배지를 대변하는 각 요소가 차체를 더 돋보이게 한다. 알게 모르게.굳이 빨리 달리지 않아도 고성능은 느껴진다. 시동을 걸 때 엔진이 깨어나는 소리에서,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에 따라. SQ5 스포트백은 시동 걸 때 기분 좋게 으르렁거린다. 과하지 않지만 확실히 다른 자동차라는 걸 알려준다. 반응성도 한결 민첩하다. 굳이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발걸음이 가볍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 전력질주하면 호쾌함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자극하기보다 매끄러운 점이 핵심이다. SQ5 스포트백의 S에 담긴 의미일 테다. 고성능을 빼어 쓸 때 심장박동수를 높이고 뒷목이 뻣뻣해지는 긴장감은 없다. 지극히 침착하고 다분히 안락하다. 다루기 쉽고 유용한 고성능이다.
주행모드에 따라 하체 탄성이 달라지는 건 맞다. 다이내믹 모드에선 더 빨리 안정적으로 달리기에 좋다. 그럼에도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컴포트 모드에서 기어노브를 아래로 내려 반응성만 S 모드로 놓고 달려도 안정적이다. 다이내믹 모드가 와인딩에서 좋지만, 컴포트 모드로 와인딩을 달려도 즐겁다. 좌우로 기울어지는 SUV다운 ‘롤링’이 있어도 그건 그것대로 재미를 선사한다. 한계가 높다는 걸 알기에, 어금니 깨물고 달리지 않는 이상 각기 다른 주행 감각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어떤 주행모드에서든 고성능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한달까. 이 점이야말로 SQ5 스포트백의 미덕이다. SUV 형태에 고성능을 곁들인 만큼 날카롭게 벼리지 않았다. 일상에서, 어떤 모드로도 풍성한 출력을 만끽하는 데 유용하다.
이런 기분을 가능하게 하는 건 기술력이다. 안 보이는 곳에서 다양한 파츠가, 적용한 기술이 일련의 과정을 매끈하게 연결한다. 일단 ‘S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을 빼놓을 수 없다. 주행 상황에 맞게 지상고를 조절한다. 더불어 컴포트에선 안락하게, 다이내믹에선 안정적으로 하체를 다잡는다. 폭넓은 하체 성향은 이제 고급 자동차의 징표다. 출력보다 하체 만듦새가 고급스러움을 더 높인다. 도로 상황에 따라, 주행 모드에 따라 대응하는 걸 보면 기특할 정도.
‘스포츠 디퍼렌셜’도 있다. 정말 안 보이는 곳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코너를 돌 때 조향 감각을 더욱 민첩하게 한다. 타이어가 노면을 잘 붙잡도록 해 더욱 안정적으로 달리는 데 일조한다. 고성능에 걸맞은 반응성으로 깔끔하게 돌아나간다. 트랙션, 하면 사륜구동 콰트로의 영향력도 크다. 앞뒤 구동력을 상황에 맞춰 배분해 보다 안정적으로 노면을 움켜쥔다. 이런 요소들은 사실 운전하면서 느낄 수 없다. 대신 각 요소가 제 할 일을 다 할 때 운전자에게 깔끔한 감각을 전달한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가속과 제동을 하는 사이사이, SQ5 스포트백의 거동으로 드러난다. 날카롭게 자극하기보다 풍성한 면면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이 기분을 증폭하는 건, 의외로 나파가죽 스포츠시트다. 검은색 시승차의 문을 열었을 때 붉은색 가죽 시트는 강렬한 장식으로 실내 분위기를 좌우했다. 이 시트에 앉아 달리면 조금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예고편이랄까. 고급스러우면서 확실히 다른 자동차를 탄다는 징표로 기능한다. 두툼하면서 부드럽고 탄력 있으면서 매끈한 나파가죽 스포츠시트의 질감과 SQ5 스포트백의 주행 질감은 맞닿아 있다. 앉으면서 느끼고, 운전하면서 새로 느끼니 기분이 배가할 수밖에 없다. 검은색과 회색도 있지만, 시트는 무조건 붉은색. SQ5 스포트백을 위한 맞춤인 것처럼 어울린다. 흐른 시간만큼 진화한 SQ5 스포트백을 상징하는 강렬함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