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표준의 집합체, 아우디 e-트론 S
"e-트론 S가 전기차와 고성능의 새로운 표준을 만든다"‘뉴 노멀(new normal)’은 ‘새로운 표준(또는 기준)’을 가리킨다. 팬데믹 이후 익숙해질 정도로 자주 들은 말이다. 코로나19가 퍼진 이후 주변 환경이 평소와 많이 달라졌다. 팬데믹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힘들어서, 새로운 표준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는 뜻에서 뉴 노멀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실 뉴 노멀이라는 말은 21세기 초에 등장했다. 2008년 금융위기 등 몇몇 사회 현상에 뉴 노멀이라는 말이 쓰였다.뉴 노멀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을 뿐, 자동차 세계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가며 발전해왔다.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이런 트렌드가 쭉 이어져 왔다. 비교적 최근 예를 들어 보자. 자동차 크기는 계속해서 커졌다. 준중형급 아우디 A4 세단은 과거 A6 세단 만해져서 중형급 크기가 되었다. A6는 중형에서 준대형급으로 치수 제원이 늘어났다. 두 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시장 차종 전체에 걸쳐 크기가 원래보다 한 단계 이상 커졌다. 차급 명칭은 그대로더라도 실제 체감하는 크기 기준은 달라졌다.
고출력 차가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최고출력이 300마력대만 되어도 슈퍼카 자격이 있었다. 지금은 일반 차도 300마력이 넘는 모델이 수두룩하다. 요즘 슈퍼카 영역에 발을 들이려면 출력이 적어도 500~600마력은 되어야 한다. 아예 슈퍼카보다도 더 강한 차를 지칭하는 하이퍼카라는 새로운 표준도 생겨났다. 전기차도 새로운 표준의 하나다. 내연기관이 지배하던 자동차 세계에 전기차가 차세대 표준 자리를 꿰찰 기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이처럼 자동차 시장에는 새로운 표준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고성능차도 그중 하나다. 희소한 차를 찾는 수요 증가, 판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종 다양화, 자동차의 본질을 추구하는 기술 지향점, 성능 상향 평준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고성능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고성능차 시장 확대는 고성능차의 성격 변화 영향이 크다. 기술이 발달해서 안전하게 고성능차를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고객층이 마니아에서 일반 대중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고성능차 한 등급만으로는 마니아와 일반 대중 모두 만족시키기 힘들다. 아우디는 요구하는 성능 수준이 다른 수요층 공략을 위해 고성능 모델을 S와 RS로 구분해서 내놓는다. 쉽게 말해서 S는 일반 고성능, RS는 더 강한 고성능이다. 아우디는 본격적으로 고성능 모델을 내놓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부터 이원화해서 모델을 선보였다. 아우디의 이런 방식이 지금은 고성능 모델의 트렌드가 되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고성능 모델은 전기차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동력원 자체가 다르고, 이제 막 전기차 시장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때라서 고성능 모델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의 친환경 대안을 넘어 성능에서 대등하게 경쟁한다. 고성능 모델로 나올 기본기를 충분히 갖췄다는 뜻이다. 이미 아우디는 전기차 라인업에 S와 RS를 채워 넣었다.
아우디 e-트론 S는 전기차와 고성능이라는 두 개의 새로운 표준을 결합한 차종이다. 두 특성을 합쳐 ‘고성능 전기차’라는 또 다른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낸다. 2018년 선보인 e-트론은 아우디 전기차의 시작을 알렸다. e-트론 S는 아우디 전기차 중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S 모델이다. 아우디 전기차의 핵심 모델로서 e-트론은 중요한 역할을 이어 나간다.아우디 S를 가장 잘 파악하는 방법은 기본 모델과 성능 비교다. 고성능차는 성능 강화 모델이므로 얼마만큼 더 강해졌는지 보면 업그레이드 수준을 곧바로 파악할 수 있다. e-트론 기본 모델은 50 콰트로와 55 콰트로로 나뉜다. 배터리 용량은 각각 71kWh, 95kWh, 최고출력은 313마력과 360마력(부스트 시 408마력), 최대토크는 55.1kg・m와 57.2kg・m(부스트 시 67.7kg・m)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은 6.8초와 6.6초(부스트 시 5.7초)에 끝마친다. 기본형이라고 해도 전반적인 성능이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다.
부스트 시 e-트론 S의 출력은 503마력(기본 435마력)으로 훌쩍 뛰었다. 55 콰트로의 부스트 시 기준보다 23% 커진 수치다. 최대토크 증가는 더 극적이어서 부스트 시 50% 가까이 늘어난 99.2kg・m로 커졌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도 부스트 시 4.5초(기본 5.1초)로 단축되었다.성능에 집중하는 모델인 만큼 숫자로 드러나는 제원 외에 곳곳에 역동성을 높이는 변화를 줬다. e-트론과 가장 큰 차이는 전기모터 개수다. 앞뒤 하나씩 있는 e-트론과 달리 e-트론 S는 앞에 하나 뒤에 두 개 합해서 세 개다. 양산차로는 최초다. 일반 주행 때는 뒤쪽 전기모터만 작동하고 더 큰 힘이 필요할 때는 앞쪽도 돌아간다. 아우디는 특기인 콰트로 시스템을 전기차에는 앞뒤 전기모터로 구현한다. e-트론 S에는 토크벡터링이 들어가 뒷바퀴 좌우에 걸리는 힘을 더 정밀하게 조율한다. ESC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드라이브 셀렉트를 다이내믹 모드로 맞추면 드리프트도 실행할 수 있다.
스티어링은 움직임 증가에 따라 비율이 직접적으로 변하는 프로그레시브 방식을 적용해 역동성을 키웠다. 서스펜션은 S 전용으로 튜닝했고, 드라이브 셀렉트는 7개 모드를 준비했다. 적응형 에어 서스펜션의 높이 조절 범위는 76mm다. 휠은 국내 기준 20인치와 22인치가 적용된다.
외관에도 변화를 줬다. 고성능 모델답게 은근하면서 확실하게 역동성을 표현한다. 앞뒤 범퍼에 변화를 주고, 에어 커튼의 크기를 키우고, 후방 디퓨저의 폭을 넓혀 강인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그릴을 검은색으로 처리하고 차체 곳곳을 알루미늄으로 장식해 일반 e-트론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헤드램프는 디지털 매트릭스 LED를 옵션으로 마련했다. LED 라이트에도 변화를 줬다. 헤드램프 내부 LED 부분을 감싸는 바 부분이 각지게 둘러싼 형태에서 갈고리 모양으로 달라졌다. 실내는 어두운색으로 마감했고 전동조절식 스포츠 시트를 기본으로 갖췄다. 알칸타라와 가죽 곳곳에 S 엠보싱을 넣어 존재감을 드러낸다.
e-트론 S에는 새로운 표준이 하나 더 있는데, 스포트백이다. 아우디 스포트백은 기본 형태 자동차에 쿠페 감성을 불어넣은 모델이다. 처음 나올 때만 해도 틈새 모델 성격이 강했지만 이제는 라인업 상당수에 포진해 주류 모델로 자리 잡았다. A1, A3, A5, A7, Q3, Q4 e-트론, Q5에 스포트백이 나온다. e-트론 S 역시 e-트론과 마찬가지로 스포트백 모델이 함께 라인업을 구성한다. S의 역동적인 감성을 디자인에서 더 확실하게 경험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e-트론 S 출시 소식을 듣는다면, e-트론의 고성능 모델이 나왔다고만 여길지 모른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따져 본다면 꽤 의미 깊은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기차, 고성능, 스포트백 등 새로운 표준에 맞는 요소만 골라 담은 최신 트렌드 모델이다.
요즘은 성능 상향 평준화 시대다. 아우디 고성능 체계는 기본-S-RS로 이어지지만, 성능의 표준을 S라고 봐도 될 정도다. S를 기준으로 좀 순한 차를 타고 싶은 사람은 기본형으로 가고, 좀 더 강한 차를 원하는 사람은 RS로 가면 된다. S는 표준으로서 기본과 RS의 중간을 메운다. 아우디 e-트론 S는 성능에서도 새로운 표준의 기준을 세워 간다.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