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지붕 선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할 수 없는 변화, 아우디 Q5 스포트백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 차이는 명확하다. 익숙하면 보편적이다. 여럿이 선택한다. 선택할 때 부담도 적다. 긴 세월 쌓아오며 나름의 유산을 쌓았다. 대신 익숙한 만큼 무던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건 자극적이다. 달라 보인다는 점이 기분을 환기한다. 하지만 남과 다른 선택이 주는 부담도 있다. 그만큼 선택하는 사람도 적다. 적어서 더욱 주저하면서도, 적기에 특별하기도 하다. 둘 중 무엇이 정답이 될 순 없다. 그 안에서는 취향과 성향이 향방을 가른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이 수없이 들고난다. 그렇게 시장이 확장했다. 다양한 모델도 등장했다. 디자인에서 찾아본다면 쿠페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실용보다는 심미성을 강조한다. 처음에는 낯선 시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세단을 넘어 SUV에도 적용할 정도로 확장됐다. 하나의 장르로서 시장이 받아들인 셈이다. 꾸준히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하다. 여전히 익숙한 것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쿠페형 모델은 무던함을 지우고 자극한다. 조금 다른 걸 원할 때 유혹한다. 쿠페가 쌓아온 우아하고 역동적인 유산의 힘이다.
아우디 Q5 스포트백은 딱 그 지점을 건드린다. Q5가 포진한 영역은 패밀리 SUV다. 물론 같은 영역에서도 Q5는 젊고 세련된 감각을 뽐낸다. 더불어 크기와 공간 적당한 SUV로서 패밀리카의 임무를 수행한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쌓이면 무뎌지게 마련이다. 자동차가 품은 세련된 감각도 마찬가지다. Q5 역시 세대 바뀌면서 한층 새로운 인상으로 다듬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쌓인 인식의 벽이 꽤 높다. 그 지점에서 Q5 스포트백이 등장했다. 차체 선을 새로 그리면서 그 벽을 돌파한다. 차체가 그려내는 선이 달라지자 새로운 감흥이 피어난다. 단지 지붕 선 차이를 넘어 전체 분위기를 전환한다.
Q5 스포트백을 보면 낯설지 않다. 형태가 자연스럽다. 파생 모델은 기존 인상이 각인돼 낯설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Q5 스포트백은 애초 이런 모델이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만큼 기본 모델의 인상이 매끈하다는 증거다. 지붕을 날렵하게 깎아도 전면 인상과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는다. 왜 이제야 지붕을 낮추고 엉덩이를 날렵하게 만든 모델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다. 오히려 기본 모델의 장점을 살리는 형태다. 면을 거스르지 않고 각 요소가 자리 잡는 까닭이다. 쿠페형이기에 더 돋보이는 요소들이다. 시간이 지나 진화한 형태라면 과장일까? 그만큼 Q5 스포트백은 원형을 거스르지 않고 맵시를 더한다.
디자인이 자동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들은 디자인을 하나의 요소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 고려하는 다양한 것 중 하나 정도. 대체로 그래왔다. 반면 누군가에겐 디자인이 곧 전부를 지칭하기도 한다. 자동차 기술은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에 도달한 상황이다. 가격과 차급에 따라 차등을 둘 뿐이다. 비슷한 등급에선 결정적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럴 때 디자인은 전부가 될 수도 있다. 제품의 성격을 드러내는 통로이자, 질감을 느끼게 하는 관문이다. 자동차를 관통하는 중요한 방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아우디가 집중해왔고 성과를 이뤄낸 부분이다.
Q5 스포트백은 SUV로서 디자인 완성도를 높인 모델이다. 다르게 보이게 하면서 기존 요소의 장점을 증폭한다. 깔끔하게 그려낸 차체는 날렵한 뒤태가 은근히 강조한다.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선과 면을 더욱 감상하게 한다. 일련의 선을 절로 따라가게 한다. 아우디의 상징인 싱글 프레임 그릴에서 헤드램프를 거쳐 A필러, 지붕, 엉덩이까지 이어진다. 적절한 긴장감이 차체를 관통한다. 타기 전부터 보는 즐거움이 있으면 운전할 때 기분이 상쾌해진다. (공기역학을 제외하면) 디자인은 주행과는 다소 관계가 적은 요소다. 하지만 디자인의 감흥은 주행의 질감을 더욱 풍성하게 바꾸기도 한다. Q5 스포트백의 맵시를 감상하고 오르는 운전석은 그렇지 않을 때와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기분을 자극하기 위해 쿠페형 SUV가 탄생했다. 그런 점에서 Q5 스포트백은 쿠페형 SUV의 존재 이유에 지극히 걸맞다.
Q5 스포트백에는 디젤과 가솔린 모델이 있다. 시승 모델은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품은 45 TFSI 모델이다. 쿠페형 모델은 역동성과 연결된다. 디자인에서 내비친 성격이 성능과도 연결되면 금상첨화다. 효율을 중시한 디젤 모델도 좋지만,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과 더 알맞다. Q5 스포트백의 가솔린 모델은 45라는 성능 지표를 받았다. 낙하하는 중력가속도가 100일 때 45 정도의 출력을 의미한다. 고성능으로 짜릿하게 밀어붙이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효율만 챙기는 알뜰한 엔진도 아니다. 쾌적함과 짜릿함 사이에서 가솔린 엔진답게 자극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딱 기분 좋게. 대형 SUV는 아니지만, 덩치가 있는 SUV가 날렵하게 움직일 때면 더 활달하게 느껴진다. 타기 전에 감상한 매끈한 지붕처럼 속도감이 느껴진달까. 안에서 밖이 연상될 때 디자인은 더욱 힘을 발한다. 타기 전 감흥뿐 아니라 운전 내내 기분을 좌우한다. Q5 스포트백의 쾌활한 출력은 그 지점을 연결한다. 과하지 않게 딱 알맞다.
Q5 스포트백의 활달한 하체 역시 이 기분을 배가한다. 편안함만 강조하느라 헐렁하지 않고, 너무 경직돼 뻣뻣하지도 않다. 표면은 SUV 형태를 감안해 부드럽다. 그럼에도 성격을 좌우하는 핵심은 탄탄하다. 자잘한 동작은 덜어내면서 경쾌한 탄성이 믿음직스럽게 버텨낸다. 이런 하체가 활달한 출력과 만나 기분 좋은 몸놀림을 선보인다. 타다 보면 날렵한 디자인이 떠오르는 그런 몸놀림. 다시 안에서 밖을 연상하게 한다.
물론 Q5도 비슷한 주행 감각을 보이는 건 맞다. 하지만 지붕 선의 변화로 낮아진 차고가 만들어내는 감각 차이는 엄연하다. 실제 물리적 감각을 넘어 디자인에서 오는 심리적 감각이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란 그런 존재다. 자동차 디자인이 단순한 요소 하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Q5 스포트백의 핵심이다. 디자인을 통해 기존 Q5 느낌을 확장한다. 그렇게 새로운 영역으로 운전자를 초대한다. 작다면 작은 차이가 이렇게 다른 결과로 와닿는다. 자동차가 단지 이동수단을 넘어 흥미로운 점이다. 이 차이를 아는 사람에게 Q5 스포트백은 작지만 큰 변화를 이룬 모델로 다가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