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팔방미인?
아우디에는 두 가지 무기가 있다. 네 바퀴 굴림 콰트로와 늘씬한 스포트백이다. 콰트로가 새로운 기술이라면, 스포트백은 새로운 스타일이다. 아우디의 슬로건은 ‘기술을 통한 진보’다. 새로움을 통해 진보를 꾀하는 아우디의 방향성을 뜻한다. 스타일 또한 기술이라는 큰 범위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아우디는 ‘스타일을 통한 진보’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자동차의 미적 방향성에 굵직한 영향력을 끼쳤으니까. 그런 점에서 스포트백을 아우디가 선보인 스타일적 기술로 봐도 무방하다. 세단의 진중함을 바탕에 두고 해치백의 효율과 쿠페의 선을 조합했다. 쿠페형 세단에서 더 나아간 진보한 스타일. 아우디다운 무기다.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을 바라보니 새삼 스포트백의 매끈한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RS 모델이기에 기본 모델과 다른 특징도 도드라졌다. 아는 사람만 아는 RS다운 징표들이다. RS 배지 단 모델은 제복의 훈장처럼 카본 파츠로 장식했다. 형태보다는 재질 차이로 변화를 주는 아우디만의 스타일링이다. 언뜻 보면 고성능 모델과 일반 모델의 외관 차이가 적어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고단수 장식법이다. 섬세한 차이를 즐기는 사람에겐 더없는 쾌감을 자아낸다. 사이드미러에서, 사이드 몰딩에서, 리어 스포일러에서 짜릿해진다.
사실 고성능 모델은 덧댈수록 우락부락해진다. 그 넘치는 과시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분명한 건 아우디의 미감은 아니다. 선 하나를 그을 때도, 면 하나를 매만질 때도 절제하는 아우디로선 방향성이 다르다. 어쩌면 그만큼 일반 모델의 디자인이 더하고 뺄 여지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형 A5 스포트백은 기존 모델에서 혹독한 감량을 거친 복서처럼 더욱 날렵해졌다. 보닛의 선은 잘 짜인 식스팩처럼 선명하다. 확연히 구분되는 근육처럼 차체 선도 날카롭다. 덕분에 허리가 잘록해 보여 앞뒤 볼륨감도 풍성하다. 응축된 차체가 자아내는 섬세한 변화다. 거기에 RS만의 징표를 심어 인상을 더욱 또렷하게 했다. 차체 색이 3D 그래픽처럼 도드라지는 ‘터보 블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특별한 의상(?)을 소화하는 몸매 덕분이다.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은 3.0리터 V6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품었다. 위 등급 다른 RS 모델보다 배기량도, 기통 수도 적다. 국내에선 RS 라인업의 문을 여는 모델이다. 그렇다고 심심할까? 차체가 콤팩트한 만큼 V8 엔진이 아니더라도 짜릿한 감각을 연출하기에 충분하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이 심심할 리 있나.
게다가 자극적인 양념도 곁들였다. 가속페달을 뗄 떼마다 뒤꽁무니에서 경쾌한 축포가 연거푸 터진다. 또 이 소리가 자극해 다시 가속페달을 밟게 한다. 그렇게 엔진 회전 수를 올려 달려 나가면 축지법 쓰듯 도로를 접어 튀어나간다. 짜릿함의 선순환 구조다. 자연스레 가속페달을 밟고 떼며 리드미컬하게 거동을 즐기게 된다. 한결 경쾌하고 산뜻한 고성능이랄까. 이 점이 다른 RS 모델과 RS 5 스포트백만의 차이점이다. 단지 입문용 RS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은 RS의 질감을 사뭇 다르게 전달한다. 다른 RS 모델은 4.0리터 V8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 품었다. 무지막지한 과격함이 매력이다. 반면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은 출력을 흩뿌리는 과정이 매끈하고 경쾌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의 민첩성을 더 섬세하게 느끼게 한달까. 물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날카로운 어금니를 드러낸다. 충분히 과격하고 흉포하다. 그럼에도 끝까지 밀어붙이기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거동을 즐기는 재미가 크다. 경량급의 날렵한 움직임만이 주는 쾌감이 있다. 그러다가 강력한 한 방을 터뜨리는 묵직한 주먹도 숨겼으니까. 새삼 스포트백의 날렵한 인상을 떠오르게 하는 움직임이다.
한참 굽잇길을 달렸다. 가속과 감속, 재가속이 빈번한 길은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의 주무대다. 8단 팁트로닉 자동변속기는 굳이 패들 시프트를 쓰지 않아도 변속 시점을 영리하게 분배했다. 오직 스티어링 휠과 가속페달을 조작하는 데 집중하면 그뿐이다. 그럴수록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의 거동은 더욱 또렷해졌다. 게다가 사륜구동 콰트로는 코너에서 보다 대담하게 진입하게 했다. 앞머리가 코너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안정적이기에 대담해질 수 있었다.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유려한 선을 그렸다. 집중하는 만큼 더 산뜻하게 달렸다. 코너와 코너가 거듭될수록 차량과 호흡을 맞추는 순간이 즐거워졌다.
이 점이 핵심이다. 호흡을 맞추면서 즐거울 수 있는 자동차. 과격한 출력으로 압도하는 고성능 모델의 매력은 분명 있다. 흘러넘치는 출력 그 자체가 매력이다. 반면 차체와 출력의 균형이 돋보이는 고성능 모델도 있다. 출력을 빼어 쓰는 과정이 보다 선명해 머신을 조종한다는 쾌감이 크다.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은 후자의 매력이 돋보였다. 섬세하게 호흡 맞춰 차의 거동을 즐기고픈 사람에겐 후자가 더 알맞다. 그런 점에서 아우디 RS 5 스포트백은 RS의 세계를 여는 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같은 RS 배지라도 질감이 다르달까.
집중해서 거동을 즐겼으니 돌아가는 길은 느긋하게 달렸다. 신형 RS 모델들은 일상 영역도 보듬는다. 품이 넓은 고성능으로서 쓰임새가 많다. 이런 특징은 아우디 RS 5 스포트백에도 그대로 느껴졌다. 컴포트 모드에 놓고 달리면 여느 세단이 주는 편안함이 실내에 퍼졌다. 절로 풀린 긴장은 실내를 돌아보게 했다.
스티어링 휠과 도어 트림 등 손에 닿는 부분에 알칸타라를 씌웠다. 실내에도 RS를 상징하는 카본 장식이 도드라졌다. 플라스틱부터 가죽, 우레탄에서 카본까지 여러 소재가 효과적으로 쓰였다. 절묘하게 소재를 배치해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린 셈이다. 인테리어 구성이 같아도 RS 모델만의 질감이 운전석을 휘감았다.
국내에서 RS 모델은 고성능뿐 아니라 아우디의 특별한 모델로 구성돼 있다. 스포트백이나 슈퍼 왜건인 아반트, 쿠페형 SUV처럼 남다른 형태를 자랑한다. RS 배지는 특별한 모델의 최고급 모델로서도 기능하는 셈이다. 아우디 RS 5 스포트백 역시 그 법칙을 이었다. 고성능에 앞서 최고급 모델로서 포만감이 크다. 크기 적당하고, 쓰임새 뛰어나며, 경쾌한 고성능 자동차. 게다가 스타일도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고성능 모델로서 균형 감각이 뛰어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