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스마트폰은 한 몸?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진화한 아우디
"자동차가 자체가 스마트폰이 되어 간다. 통신을 이용해 자동차를 넘어선 존재로 거듭난다"
자동차 같은 스마트폰, 스마트폰 같은 자동차?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공통점이 많아서 나오는 말이다. 어느 쪽이 더 현실을 잘 반영한 말일까? 발명 시기로 따진다면 자동차가 한참 먼저이니 자동차 같은 휴대폰이 맞아 보인다. 하지만 자동차가 전자기기화되고 스마트폰 기능을 대거 흡수하면서 스마트폰 같은 자동차라는 말도 들어맞는다.
어느 쪽이 타당한 말인지 따지는 일 자체가 자동차의 발전상을 보여준다. 초창기 자동차는 순수한 기계 덩어리였다. 전자장비는 고사하고 전기장치만 일부 달려 있을 뿐이었다. 자동차가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전자장비 도입도 늘었다. 전자장비 도입이 발전으로만 인식되지는 않았다. 한때 기계적 순수성과 전자장비의 효과를 놓고 대립하기도 해서, 브랜드의 지향점에 따라 전자장비 도입도 차이를 보였다. 지금은 기계적 순수성을 고집해 전자장비를 멀리하는 브랜드는 찾기 힘들다. 전자장비는 필수이고 도입 비중도 상당히 높다. 순수한 역동성을 추구하는 스포츠카나 슈퍼카도 전자장비로 꽉 차 있다. 성능이나 안전장비 위주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기능이나 사용법이 스마트폰과 유사하게 진화했다.
요즘 자동차는 디스플레이가 필수다. 손바닥만하던 디스플레이는 대형 태블릿만큼 커졌고, 한 개로는 부족해 두 개 이상 설치한다.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터치 기능을 갖춰서 손가락으로 메뉴를 탐색해 사용한다. 음성인식과 인공지능 비서도 갖춘다. 스마트폰과 상당히 유사한 이용 방식이다.
‘자동차=바퀴 네 개 달린 스마트폰’이라는 말은 단순히 자동차 이용 방식이 스마트폰과 유사해진 데서 나오지 않았다. 자동차도 통신을 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기도 하다. 자동차가 통신한다고 하면,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나 USB 케이블로 연결해서 스마트폰 기능을 차 안에서 쓰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자동차 안에서 활용하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자동차도 직접 통신을 한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다. 통신 개념으로 본다면 자동차가 일종의 거대한 휴대폰이 된 셈이다. 자동차가 통신으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단순히 인터넷 연결에 그치지 않는다. 운행과 안전 등 자동차의 본질 면에서도 통신을 이용한 기술이 발달한다.
스마트폰 통신망이 2G, 3G, 4G LTE, 5G로 차례로 발달했듯이 자동차도 통신망에 맞춰 기술이 발전한다. 아우디를 보면 2010년 양산차에는 A8에 처음으로 3G 모바일 통신 기술을 적용했다. 와이파이 핫스팟, 온라인 서비스, 구글 어스를 차 안에 구현했다. 2013년 4G LTE를 도입해 지도 정보 업데이트에 활용하고 아우디 태블릿을 도입했다. 2017년에는 4G LTE 어드밴스드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내비게이션/라디오/음성인식 기술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4.5G를 도입해 군집 지능과 자동차 업데이트, 백엔드 기반 컴퓨팅을 실현했다.
아우디 통신 기술의 최신판은 올해 양산차 적용 기술로 선보인 5G+C-V2X다. C-V2X는 ‘Cellular Vehicle to Everything’의 약자이고 자동차와 주변 환경이 통신을 주고받는 기술을 말한다. 통신 대상은 다른 차는 물론 신호등이나 표지판 같은 도로 시설물도 포함한다. 주차장이나 교통 안내 시스템과도 연결된다. C-V2X 통신은 셀룰러를 기반으로 하고 서로 보완하는 두 가지 전송 모드를 제공한다.
C-V2X 직접 통신은 셀룰러 네트워크는 사용하지 않고 주변 차와 곧바로 연결된다. 데이터는 전 세계에 공통인 5.9GHz ITS 주파수 대역폭을 사용한다. C-V2X 네트워트 통신은 셀룰러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텔레매틱스나 인포테인먼트를 위해 전송 반경을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시장에서 A6 L과 A7 L에 처음으로 두 가지 C-V2X 전송 모듈을 도입했다. 통신은 5G 네트워크를 이용한다.
5G를 쓰는 이점은 분명하다. 먼저 응답 시간이 2~3밀리초(4G는 20밀리초 이상)로 빠르고 지연 시간이 짧아서, 긴급 제동과 같은 안전 경고나 자율주행처럼 시간이 중요한 시스템에 유리하다. 1㎢면적에서 신뢰성 높게 연결할 수 있는 장치의 수는 최대 100만 개에 이른다(4G는 10만 개). 도심처럼 복잡한 곳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오토바이, 신호등, 도로 표지판, 자전거, 스마트폰 등 많은 장치와 연결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나 스트리밍 처리 속도는 다운로드 초당 20Gbit, 업로드 10Gbit다(4G는 각각 1Gbit, 500Mbit). 차 안에서 화상회의도 끊기지 않고 할 수 있다. VR 헤드셋을 이용해 게임이나 도심 가상 투어를 즐겨도 된다.
아우디의 ‘지역 위험 정보’ 서비스도 5G+C-V2X 덕분에 더욱 발전했다. 자동차와 클라우드 사이에 통신 속도가 빨라져서 빠르고 정확하게 경고를 보낼 수 있다. 현재 4G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고 지역, 고장난 차, 교통 정체, 빙판길 등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2019년부터 군집 지능을 활용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모기업의 170만 대가 넘는 자동차 최신 정보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한다. 유럽에서 아우디 모델은 최신 정보를 받아 계기판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표시한다.
위험 정보는 다양한 상황에 활용한다. 예를 들어 휠 슬립에 기반해 지면 마찰 계수를 추정하면 노면 접지력의 작은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뒤에 오는 차에 경고를 보낸다. 고장난 차가 있으면 C-V2X는 범위 안에 있는 모든 도로 사용자에게 곧바로 경고를 전송한다. 커브 길이나 언덕 너머 등 지형 구조상 자동차끼리 직접 통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때는, 5G 네트워크를 이용해 통신 범위를 벗어난 차에 경고를 보낸다. 어떤 차가 긴급 제동을 한다면 C-V2X를 이용해 뒤따르는 모든 차에 자동으로 경고한다.
신호등 시스템과 자동차를 연결하면 녹색 신호에 맞춰 달리도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적색 신호에 섰을 때는 다음 녹색 신호가 켜지는 시간을 카운트다운으로 알려줘서 운전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대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협력 주행은 사고를 줄이고 교통 체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5G+C-V2X는 자동차 사이의 지능적인 연결을 통해 추월이나 차선 합류 등 여러 상황에서 협력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여러 대가 무리를 지어 달리는 군집 주행도 마찬가지다. 신호에 정차한 후 출발할 때 모든 차가 동시에 가속하면 녹색 신호에 더 많은 차가 지나갈 수 있다. 자율주행에서 통신을 빼놓을 수 없다. 복잡한 상황에 수준 높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5G+C-V2X 기술이 필요하다. 5G는 데이터 전송률이 높아서 정확한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전송하는 데 유리하다.
새로운 스마트폰이 나올 때 못지않게, 통신망 세대가 바뀔 때도 관심이 쏠린다. 데이터 소비량이 많아지는 추세에 맞게 빠르게 통신해야 쾌적하게 모바일 생활을 즐길 수 있어서 그렇다. 통신망 세대 변화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우디 5G+C-V2X에서 보듯이 최신 통신망을 활용하면 자동차의 기술 적용 범위도 더욱더 확장된다.
차 안에서 스마트폰 연동이 필수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디스플레이가 커지고 개수가 늘면서 마치 차 안에 커다란 스마트폰을 설치한 듯한 사용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 자동차가 거대한 스마트폰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알고 보면 자동차는 독자적으로 통신망을 이용해 스마트폰과는 또 다른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스마트폰을 닮아가는 동시에 통신망을 이용하는 새로운 종류의 스마트 기기가 되었다. 스마트폰은 들고 다니고, 자동차는 타고 다니는 점이 다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존재. 그렇게 스마트폰과 자동차는 통신망을 이용해 우리의 생활을 살기 편하게 바꿔나간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