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 콰트로의 미래가 더욱 밝을 수밖에 없는 이유
“우와! 자동차가 저기를 올라가네?”1987년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이 공식적으로 열린 해였다. 몇몇 수입차 브랜드들이 우리나라에 쇼룸을 열고 사상 최초로 ‘외제차’, 아니 ‘수입차’가 공식 영업을 시작했다. 이미 고급차 이미지가 굳건했던 브랜드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브랜드들도 있었다.
사실 당시에는 아우디조차도 국내에 잘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었다. 외국 유학이나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아는 브랜드 정도였다. 그런데 아우디는 영상 하나로 사람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것은 눈이 쌓인 스키 점프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세단이었다. 아우디 200 콰트로. 아우디 A6의 선대 모델이었다. 내려가기도 무서운 스키 점프대를 아우디의 세단은 특별할 것 없는 스파이크 타이어에만 의존하고 올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아우디 200에는 보이지 않는 것 하나가 더 있었다. 트렁크 오른쪽에 붙어있던 엠블렘 ‘quattro’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던 1세대 콰트로 풀 타임 4륜 구동 시스템으로도 이런 기적 같은 일은 가능했던 것. 반대로 생각한다면 콰트로 구동 시스템의 기본 사상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당시에는 대부분 4륜 구동은 오프로드용 자동차가 필요할 때만 선택하여 사용하는 파트 타임 방식의 험로 주파용 시스템이었다. 평소에는 두 바퀴 – 주로 뒷바퀴 – 로 주행하다가 노면이 나쁜 곳을 만나면 운전자가 4륜 구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첫째는 운전자가 앞의 상황을 오판하여 4륜 구동 방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과 둘째로 4륜 구동을 선택하면 짧은 코너를 돌거나 높은 속도로 주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우디 콰트로는 첫 출발부터 이와 같은 단점으로부터 해방되었다. 운전자가 상황을 판단할 필요가 없이 항상 네바퀴를 구동하는 4륜 구동 방식으로 첫 번째 문제를 해결했고 두 번째 문제는 앞차축과 뒷차축의 회전 반경 차이, 즉 속도 차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앞뒤 차축 사이에도 차동장치를 두는 센터 디퍼렌셜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즉, 아우디 콰트로는 언제 어떤 상황에도 사용할 수 있는 4륜 구동 시스템을 창조한 것이었다. 참고로 1세대 콰트로 시스템은 매우 미끄러운 경우를 위하여 센터 디퍼렌셜과 리어 디퍼렌셜을 센터 콘솔의 스위치로 잠글 수 있었다.
2세대 콰트로 시스템은 ‘선제적’이고 ‘능동적’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4륜 구동의 시대를 열었다. 요즘은 많은 4륜 구동 시스템들이 구동력의 자동 분배 기능을 자랑한다. 아우디는 1987년에 선보인 2세대 콰트로 시스템부터 이미 구동력을 앞뒤축으로 자동 배분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장점은 그것 이상이다. 대부분의 토크 분배형 4륜 구동 시스템들이 미끄러운 노면에서 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진 뒤에 반응하는 것, 즉 얼마나 빨리 상황을 수습하는가에 집중한 반면 2세대 아우디 콰트로는 접지력이 좋은 쪽으로 엔진의 구동력을 ‘미리’ 보내는 것, 즉 선제적 조치부터 시작한다는 아주 근본적 차이가 있다.
그 핵심에는 토르센(Torsen) 센터 디퍼렌셜이 있었다. 웜과 웜 기어의 원리를 이용하는 토르센 기어를 이용한 콰트로 시스템의 센터 디퍼렌셜은 디퍼렌셜 기어의 역할과 구동력 분배 기능을 기구 하나로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토르센 센터 디퍼렌셜은 느리게 도는 쪽이 접지력이 좋은 것으로 생각하여 구동력을 더 보내는 특징을 이용한다. 즉 어른 주먹만한 토르센 기어를 센터 디퍼렌셜로 사용한 아우디 콰트로 시스템은 가장 간결하면서도 가장 바람직하게 작동하는 이상적인 4륜 구동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었다.
나도 콰트로의 오너였던 적이 있었다. 중고로 구입했던 아우디 100 터보 콰트로였는데 수동 변속기와 함께 바로 2세대 콰트로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이었다. 언뜻 보면 투박한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한 치 어긋남이 없이 모퉁이를 다듬어 놓았던 공기역학적인 외모만큼이나 무거운 클러치가 쉽지 않았지만 노면을 움켜쥐고 달리는 느낌 하나 만큼은 지금도 생생하다. 넓은 실내를 가진 대형 세단이 어떻게 그렇게 노면을 잘 움켜쥐는가 탈 때마다 놀랐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역시 콰트로 시스템이 있었다. 콰트로 시스템이 노면이 좋을 때도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는가는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하여간 이 차를 갖고 있던 2년 동안 나는 강원도의 스키장을 건넌방처럼 자주 다녔다. 믿음직했기 때문이었다.
4륜 구동 승용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은 아우디 콰트로였지만 진보는 멈추지 않았다. 이전의 50:50 전후 구동력 분배 비율을 뒷바퀴 쪽으로 60%를 보내 보다 안정적인 주행 특성을 꾀한 3세대, 그리고 RS5에 어울리는 보다 정교한 구동력 제어를 위하여 최초로 전자식 클러치를 내장한 크라운 기어 방식의 센터 디퍼렌셜을 사용한 4세대 콰트로 등 콰트로 시스템은 보다 정교하면서도 고성능에 걸맞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콰트로 시스템의 영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넓다. 아우디 TT를 통하여 첫 선을 보였던 가로 엔진용 시스템, 슈퍼카 아우디 R8을 통하여 진화한 미드쉽 4륜 구동용 콰트로 시스템, 그리고 보다 높은 효율을 위하여 구동력 분배를 더욱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울트라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콰트로 시스템까지 선보였다.
콰트로의 미래는 앞으로 더욱 밝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고성능화다. 최근의 승용차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엔진을 사용한다. 따라서 두 바퀴로 모든 출력을 노면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불가능해지거나 주행 안정성이 현격하게 악화될 우려가 있다. 즉 풀타임 4륜 구동 시스템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이다. 순수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도 뒷차축에 모터 하나만 추가하면 프로펠러 샤프트나 센터 디퍼렌셜 등의 복잡한 동력 전달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손쉽게 4륜 구동 방식을 구성할 수 있다. 저회전 토크가 강력한 전기 모터를 사용하므로 고성능 전기차에게는 4륜 구동 시스템이 더욱 유리하기도 하다. 마침 아우디 최초의 순수전기차인 아우디 e-트론도 경사 40도의 스키 슬로프를 올랐단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4륜 구동 승용차들이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아우디 콰트로가 있다. ‘거 봐, 내가 뭐랬어. 이제는 4륜 구동 방식이야.’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