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 경쟁자 모두 따돌린 아우디 Q8, 한국 진출 더 기대된다
지난해 판매 기준으로 독일에서 사상 처음으로 SUV의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길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다. 기사는 짧고 건조했으나 반응은 뜨거웠다. SUV가 득세(?)하는 요즘 상황에서 이게 무슨 특별한 뉴스일까 싶지만 왜건, 해치백으로 대표되는 독일에서 SUV가 전체 신차 판매량의 1/3을 차지한다는 것이 독일인들 스스로에게도 조금은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흐름인 것을. 더 놀라운 것은 2025년쯤 되면 SUV 판매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실제로 유럽의 SUV 점유율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만 SUV 열기가 뜨거운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작은 차, 주행 성능이 좋은 자동차를 찾는 유럽의 특성이 SUV로 인해 바뀌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조사들이 SUV에 사활을 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유럽 브랜드들이 쏟아내는 작고 큰 다양한 SUV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어지간해선 망할 일은 없다는 생각에 별별 SUV를 다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많이 선택받고, 더 길게 생명을 이어가는 복 받은 SUV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우디가 내놓은 준대형 쿠페 SUV Q8도 그런 부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동급 경쟁 모델들을 따돌린 Q8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독일에서 팔린 E세그먼트 SUV 쿠페의 판매량을 보면 아우디 Q8이 얼마나 선전했는지 알 수 있다. Q8은 5,811대가 신차 등록이 됐다. 이는 경쟁 모델 중 하나인 BMW X6(1,061대)보다 5배 넘게 팔려나간 결과다. 또 다른 라이벌 메르세데스 GLE 쿠페는 GLE와 판매량이 합산(8,941대)된 관계로 정확하게 알 수 없었으나 역시 Q8에 미치지는 못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예상할 수 있는 이유는 EU 전체 판매량 때문이다.
<2019년 1~10월까지 독일 3사 준대형 SUV 쿠페 판매량>
(자료=카세일즈베이스닷컴)
아우디 Q8 : 11,121대
BMW X6 : 4,252대
메르세데스 GLE 쿠페 : 4,187대
직접 경쟁 상대인 X6와 GLE 쿠페보다 2배 이상 팔렸다. 심지어 Q8의 경우 1월과 2월 판매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만약 1, 2월 판매량이 포함되었다면 차이는 3배 이상으로 벌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Q8이 유럽에서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 쿠페답지 않은 쿠페 SUV
가정 먼저 신차 효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 나온 모델이라도 비슷한 경쟁 모델들과 판매량에서 이런 큰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은 신차 효과만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더군다나 1억 원대 자동차를 새로 나왔다고 무턱대고 지를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성능에서 남다른 무언가가 있는 걸까? 독일의 유력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가 실시한 Q8과 GLE 쿠페의 성능 비교테스트 결과를 보면 Q8의 성능에서도 상당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보인다.
디젤 엔진이 장착된 사륜구동 방식으로 비교된 이 테스트에서 해당 매체는 Q8의 손을 들어 줬다. 예를 들어 차체 항목에서는 견인력, 공간 구성, 시야, 실내 활용도를 더 낫다고 했고, 안전성 항목에서는 안전장치와 제동력이 명확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안함 부분에서는 서스펜션에서 GLE 쿠페가 선명하게 앞선 것을 제외하면 1, 2열의 좌석 편안함과 멀티미디어 등에서 Q8이 경쟁력 있는 것으로 테스트 됐다.
이외에 핸들링, 이산화탄소 배출량, 연비효율 등이 더 출력이 높았음에도 Q8이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 부분을 제외하고 성능 항목만 따졌을 때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Q8에 376점, GLE 쿠페가 342점을 줬다. 일반적으로 독일 프리미엄 3사 모델들 간의 비교테스트에서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꽤나 이례적으로 점수 차이가 벌어진 결과였다.
신차 효과와 성능 경쟁력,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판매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Q8은 이 외에도 또 하나의 구매 포인트가 있다. X6와 GLE 쿠페는 기본형인 X5와 GLE의 판매량과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Q8은 Q7과 판매량에서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즉, X6와 GLE 쿠페가 기본형의 파생 모델, 마이너 모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면 Q8은 Q7과 마치 별개의, 또 하나의 주력 SUV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2019년 1~11월까지 독일 3사 준대형 SUV 판매량 비교>
(자료=독일자동차청)
아우디 Q7 : 5,139대
아우디 Q8 : 5,811대
BMW X6 : 1,061대
BMW X5 : 12,586대
메르세데스 GLE 쿠페 + GLE : 8,941대
<2019년 (1~10월까지) 유럽에서 독일 3사 준대형 SUV 판매량 비교>
(자료=카세일즈베이스닷컴)
아우디 Q7 : 13,508대
아우디 Q8 (3~10월까지) : 11,121대
BMW X5 : 35,749대
BMW X6 : 4,252대
메르세데스 GLE : 17,901대
메르세데스 GLE 쿠페 : 4,187대
BMW X5와 X6, 메르세데스 GLE와 GLE 쿠페의 판매량 차이가 분명한 것에 비해 아우디 Q7과 Q8의 판매량은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Q8의 판매량이 더 높았다. Q7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Q8이 여타 쿠페 SUV와 달리 더 넓은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디자인을 봐도 Q8은 쿠페임에도 쿠페답지 않다. 2열 머리공간도 GLE 쿠페보다 낮은 전고를 보이고 있음에도 여유가 있다. 공간을 잘 활용한 탓에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굳이 7인승일 필요가 없으며, 짐을 특별히 많이 싣고 다닐 일이 없고, 디자인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면서 동시에 성능도 양보하기 싫은, 고급 SUV를 원하는 이들에게 Q8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는 한국 시장에서 오히려 Q7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성을 가졌다고 봐야 한다.
다행(?)인 것은 아우디 코리아 측이 한국에 Q8을 들여올 계획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언제 들여올지 시기는 결정되지 않은 듯하다. 우르스나 카이엔, 투아렉 등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Q8은 가성비에서 카이엔이나 우루스보다 낫고, 스타일에서도 괜찮다는 평가가 많다. 힘 좀 더 쓰는 걸 원한다면 435마력짜리 디젤 엔진이 장착된 SQ8도 있다. 더 강력한 걸 찾는다면 600마력짜리 RS Q8도 있다. 이래저래 한국 시장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많은 쿠페 SUV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남은 건 기다리고 있을 소비자들을 위해 장사만 잘하면 되는 일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