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주간주행등과 매트릭스 LED로 낮과 밤을 평정하다
"LED 회사들은 아우디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농담이 아니다. 왜냐하면 아우디는 세계의 거의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LED 산업의 가장 큰 고객들이 되도록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명이란 조명은 모두 LED로 사용하는 모델들까지 있을 정도로 자동차에는 엄청난 숫자의 LED가 사용되고 있다.아우디가 자동차에 LED를 처음 사용한 브랜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우디가 자동차 LED의 시조처럼 여겨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LED DRL(daytime running light), 즉 주간주행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초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2006년 아우디는 고성능 세단인 신형 아우디 S6를 발표했다. 이제는 세단은 물론 스포츠 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진 V10 5.2리터 자연 흡기 엔진으로 뜨거운 성능을 자랑했던 S6이였지만 이것 말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헤드라이트 아래쪽 로워 그릴에 장착되었던 일자형 LED DRL이었다.좌우 각각 고휘도 LED 5개를 사용하여 V10 엔진을 상징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낮에도 한눈에 확 들어오는 빛의 수평선 두개는 바로 ‘와! 아우디다!’라는 탄성으로 직결될 정도로 자동차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의 머릿속에도 아우디의 이미지를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이전까지 가장 또렷한 헤드라이트의 이미지로 기억되었던 경쟁 상대의 서클 라이트는 한순간에 희미해져버렸다.
S6에서 첫 선을 보였던 일자형 LED DRL은 이후 아우디의 다른 모델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헤드라이트와 한 몸이 되면서 헤드라이트의 디자인은 더욱 중요해졌다 강렬한 디자인 요소인 LED DRL을 품은 헤드라이트는 자동차의 앞 얼굴을 결정하는 핵심적 디자인 요소가 된 것이다. 즉 아우디는 LED DRL로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 할 수만 있다면 – 아우디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LED DRL은 단순히 디자인 요소만은 아니었다. 그 출발은 안전이었다. 낮에도 차량 앞에 불이 켜 있으면 상대방 운전자가 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므로 사고를 방지할 수 있겠다는 발상이었다. 1970년대 낮이 짧고 어두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부터 주간주행등이 의무화가 되는 나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조등을 어둡게 해서 들어오게 하거나 방향 지시등이 항상 켜지도록 하는 등 여러 방법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조등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전력 소모 증가로 에너지 효율이 문제가 되었다. 그 이외 모든 전구들도 항상 켜져 있으면 자주 끊어져서 불편하거나 안전에 문제가 될 수가 있었다. 바로 이 때 LED로 만든 주간주행등이 등장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아우디가 2006년 LED DRL을 S6에 장착하기 2년 전인 2004년에 최상위 기함인 A8 W12 모델에 일반 전구를 대신하여 LED 다섯 개를 네 잎 클로버 모양으로 배치한 LED DRL을 장착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그러나 아우디 LED 테크놀로지의 진짜 핵심은 사실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꿈의 헤드라이트라고 불리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다.누구든지 한밤중에 운전할 때는 상향등을 켜고 멀리 보고 싶다. 하지만 좀처럼 그럴 수가 없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고 내 앞에도 차가 있다. 길가의 보행자들이나 건물 안의 사람들도 내가 상향등을 켜면 눈이 부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빔 어시스트라는 기능이 태어났다.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상향등을 자동으로 켜 주는 장치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붐비는 곳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눈부심을 느낄 대상만 빼고 다른 곳은 상향등처럼 최대한 멀리 비추어 볼 수는 없을까? 처음엔 별의 별 방법들이 등장했다. 전조등 전구 앞에 여러 조각으로 나뉜 스크린을 두어 상향등의 일부분만 차단하는 방법도 있었고 DLP 방식의 프로젝터처럼 움직이는 작은 거울들을 이용하여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도 고안되었다. 하지만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너무 복잡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결국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종래의 헤드라이트처럼 하나 또는 두 개의 광원으로 전체 면적을 비추며 일부분을 가리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아예 수많은 광원이 바둑판처럼 구역을 나누어 조명하다가 필요할 때 그 구역만 끄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한된 자동차 헤드라이트 면적에 많은 숫자의 광원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수십 개의 초소형 고휘도 LED가 집적된 능동형 헤드라이트의 탄생, 바로 아우디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다.
수십 개의 LED 광원은 주행 조건에 따라 최적의 패턴으로 빛의 방향과 밝기를 섬세하게 변화시킨다. 눈부심을 느낄 만할 대상을 만나면 그 부분의 LED만 끄고 나머지는 그대로 유지하여 나와 상대방을 모두 만족시킨다. 필요할 때는 일부러 빛을 비추어 신호를 보내는 역할까지도 하는 지능형 헤드라이트다.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가 장착된 차량을 운전하는 것은 황홀함 그 자체다. 내 눈앞에서 빛이 춤을 춘다. 지나가는 차량을 따라 바로 릴레이하듯 LED들이 꺼지고 켜지는 모습은 빛의 파도처럼 보인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내 시야는 항상 최고로 밝다는 것이다.건강이 십이면 눈이 아홉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성능이 우수한 차라도 앞이 보이지 않으면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서로의 안전을 위하여 나를 잘 보여주기도 해야 하고 남들의 시야를 가려서는 안 된다. 이런 협력의 기본을 아우디는 LED 빛의 테크놀로지에서 실현하고 있다.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