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는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에서 사랑받는다
경자년을 맞아 크게 성장할 수입차 브랜드 중 하나로 아우디를 꼽는다. 국내에서 아우디를 놓고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기는 모호한 면이 없지 않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지 한참 지났고 늘 상위권을 유지했으니 말이다. 초점은 공백기다. 자동차 회사든 다른 분야 회사든 오르막과 내리막은 겪기 마련이다. 문제는 내리막에서 아예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느냐 다시 올라가느냐다. 국내에서 아우디도 여러 이유로 공백 아닌 공백기를 보냈다. 이제 본격적으로 공백기를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과거에 잘했어도 다시 오르막을 오르기 위해서는 성장해야만 한다. 아우디의 성장을 예상하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 시장에 아우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은 고급차 위주로 돌아간다. 대중차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늘 문제점으로 지적하지만, 고급차 위주 구조는 이제 수입차 시장의 한 특성으로 자리 잡았다. 언젠가는 수입 대중차가 보편화하는 날이 오기는 하겠지만 당분간은 고급차 위주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고급차 수요가 크므로 시장에 브랜드와 차종이 많을수록 좋다. 고급차 브랜드의 대표는 아우디를 포함해 벤츠, BMW 등 독일 3사다. 이들 외에도 고급차 브랜드는 있지만 시장은 독일 3사 위주로 흘러간다. 3사 중에 아우디 한 브랜드만 빠져도 선택 폭이 확 줄어든다. 국내에서 아우디는 상위권을 유지하며 고급차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우디의 빈자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브랜드와 차종이 많아서 대체재를 찾기 쉽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브랜드와 차마다 개성과 특성이 다르고, 사람들의 취향도 제각각이라 마음에 드는 차종 수가 의외로 적다. 원하는 차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차를 사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원하는 차가 여럿이라 무엇을 살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아우디의 대체재는 무엇일까? 경쟁 독일 브랜드의 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딱 들어맞는 대체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독일 고급차 3사는 개성이나 성능, 추구하는바 등이 확연하게 갈린다. 팬층이 확고해서 거의 겹치지 않는다. 아우디는 아우디만의 특색이 있다. 정갈하면서 정체성이 뚜렷한 디자인, 잘 정돈되고 고급스러우면서 첨단 분위기를 풍기는 실내, 안정적이면서 강한 성능, 기술을 중시하는 동시에 세련된 감성까지도 동시에 풍기는 이미지 등 다른 고급차 브랜드와 구별되는 특색을 보인다. 아우디를 찾는 사람은 아우디만 찾는다. 공백기를 보냈지만 여전히 아우디 팬층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아우디의 건재한 팬층과 사람들의 관심은 판매량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아우디는 빠르게 예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아우디는 국내에 A4, A5, A6, A8, Q7을 선보이며 비어있는 라인업을 차근차근 채웠다. 실질적인 판매는 8월부터 시작했는데 연간 판매 대수는 1만 대를 넘기리라 예상한다. 9~11월에는 3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3위에 올랐다. A6는 출시 한 달여 만에 1000대를 넘기는 등 좋은 반응을 얻으며 핵심 모델로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20년은 더 기대할 만하다. 2019년 선보인 모델은 Q7을 제외하면 세단 계열이다. SUV가 인기를 끄는 때라 SUV 모델을 투입하면 실적은 더 좋아지리라 예상한다. Q2, Q3, Q5, Q8이 시장에 나오면 SUV 주요 라인업도 채워지게 된다. 이 밖에도 4도어 쿠페 A7도 국내에 들어온다. 세단과 SUV 주요 라인업이 정비 되면 판매는 늘어난다. 지금 같은 회복세라면 공백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고 봐야 한다.
아우디의 잠재력을 차종에서 찾는다면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 스포츠카와 고성능 모델, 전기차 등 주요 차종 외에도 세부 수요를 만족하는 다양한 차종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차는 e-트론이다. 고급 전기차 시장을 확장하고 국내 전기차 인프라를 확대하는 역할을 해낸다. 브랜드 차원에서 판매에 그치지 않고 국내에 친환경 미래 이동수단의 기반을 넓히는 책임을 다한다. 고급 전기차는 이제 막 시장이 피어나는 단계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고급차 브랜드가 어떤 식으로 전기차를 만들어가고 기반을 넓힐지 관심이 쏠린다. 아우디 역시 고급차 대표 브랜드로 고급 전기차 시장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활동 영역에는 한국 시장도 빠지지 않는다.
국내에서 아우디의 인지도는 여전히 높다. 판매가 거의 없어 잊힐 법도 하고 경쟁사나 후발주자의 활약으로 위축될 만도 한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나 관심은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한 번 익힌 습관이 무의식중에 드러나듯, 아우디가 활동을 시작하니 시장이 바로 반응을 보인다. 고급차는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시장 전체에 고급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전통 고급 브랜드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아우디가 공백기를 보냈지만 잊힐 수 없는 이유다. 공백기를 겪는 동안 희소성은 오히려 높아졌고 신선한 감각도 커졌다. 브랜드는 여전히 아우디지만 더 새롭게 다가온다. 올해 온전하게 라인업을 갖춘다면, 언제 공백기가 있었냐는 듯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예상한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아우디가 필요하다.